공포X

공포X
고기 권소진 김두원 김유진 김지훈  
박선용 박철호 이규환 이영훈 정보경
2018.8.4 – 2018.9.2 
아트홀 인디공

2018년 공포: X – 글 : 이은정

<늦은 밤, 귀가 길, 아무도 없다. 두려움이 몰려온다. 어둡고 고요한 길은 멀게 느껴지고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진다. 그러다 인기척이라도 느껴지는 순간 공포심은 배로 늘어난다. 이 짧은 순간에 우리는 생존의 법칙처럼 상황을 분석하고 뛰어야 할지, 안심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일상생활 속 공포들은 이처럼 얼굴을 드러냈다 감추기를 반복하며 유령처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우리의 삶에 내재한다. 가장 큰 공포는 ‘죽음’이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살아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상태이므로 결국, 죽음의 공포 또한 삶과 함께 한다.

2018 공포 :: X는 알지 못하는 ‘그 무엇’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명확하지 않고 분명히 모르거나 콕 집을 수 없는 ‘미지의 그 무엇’과 대면하게 된다. 과학적 접근 방식으로 오해를 풀고 설명해 보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남는다.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움직일 때, 기억의 착각과 오해, 미스터리한 이야기들, 지구 밖에 대한 상상 등… 주변에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상황 속에서 우리는 묘한 경험을 한다. 잘 알지 못하는 ‘그 무엇’에 대한 궁금증은 알 수 없기에 공포심을 동반한다.

‘미지의 그 무엇’을 상징하는 X는 프랑스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르네 데카르트 (1596~1650)가 방정식의 미지수에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수학공식 뿐 아니라 알 수 없는 다양한 대상들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예를들면 X프라이즈는 구글이 추진하는 달 탐사 경연대회인‘구글 루나 X프라이즈’로 현재 해결되지 않은 문제 또는 해결을 향한 뚜렷한 길이 없는 문제에 초점을 두고 인류의 잠재력의 한계를 실험하고 있다. X파일은 밝혀지지 않은 혹은 밝힐 수 없는 자료를 상징하며 X- RAY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선, X세대는 70년대 태어난 세대로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신세대를 지칭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번 공포전은 익숙하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무엇, 낯설지만 익숙한 무엇에 대한 이미지들을 다루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10명의 작가들(고기, 권소진, 김두원, 김유진, 김지훈, 박선용, 박철호, 이규환, 이영훈, 정보경)이 표현한 각각의 이미지들은 익숙하지 않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거나 보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혹은 존재할 것만 같은 상상의 이미지들이다.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만들어진 이미지들을 통해 작가들은 두려움과 공포X의 경험에 대하여 질문한다.

워크샵

고기 (Goh Gi)

우리는 불가해한 것들로부터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그러나 무엇보다 불가해한 것은 내재적 결핍으로부터 세워진 주체라는 위태로운 자리이다. 이 자리는 선천적으로 부조리하며 무차별적이지만, 한편으로 역동적이다. 이와 같은 정서적 떨림으로써, 결여된 틈을 메우려는 주체의 좌절에 찬 투쟁은 실존적 행위의 부조리극을 통해 마침내 무언가를 일구려 한다. 나의 작업은 그 누구도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행위 그 자체로만 남아버린 사건의 기록이다.

A.I.의 시대를 맞이하는 선량한 시민의 태도#1_Oil on Canvas_227.3×162.1cm_2017

피에타 Pieta #1_Oil on Canvas_193.9×259.1cm_2017

권소진 (Kwon So Jin)

오늘날 많은 이미지들이 “맥락 없음”의 상태로 편집되고 제시되고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해석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나는 사건의 이미지들을 모호하게 남겨둔 채, 이러한 공백상태를 ‘연상과 상상력’을 통해 채워나가고자 한다. 그러나 이때 작품에 관한 상상과 추리는 견고한 해석으로써가 아니라, 본래 사건 자체에 대한 의구심으로써 “대상의 부재”를 더욱 더 실감하게 할 것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초현실적이기는커녕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일상적 장면으로부터 출발한다. 일상적 이미지들의 모호한 재구성은 “당연히 그럴 것 같은” 현실을 모호하게 비튼다. 나는 작품을 통해 사건에 대한 관습적 시선에서 벗어나 생경한 것을 이해하려는 순수한 시선을 갖기를 기대한다. “부재하는 사건”이란 없는 사건이라기보다는 보는 이로 하여금 대상과 사건들의 전말을 더욱 확장된 형태로 유추하고 연상하게끔 하기 위함이다.

권소진_사라진 신부_Oil on Canvas_130.3×162.2cm_2017

권소진_교차로-작은 사막_Oil on Canvas_130.3×162.2cm_2017

김두원 (Kim Doo Won)

건축의 기하학적 형태들을 이용한 작업을 해 왔다. 창문과 계단을 기형적인 수준으로까지 길게 늘어뜨려 놓거나 집들을 컵 쌓듯 층층이 욱여넣음으로써 조형적 불안정성과 함께 사회와의 심리적 거리감들을 표현하였다. 이번 작업은 지하 문 안쪽으로부터 익명의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고 있는 설치물이다. 반복적인 두들김은 무의식적 공포를 자아내고, 그러한 불안에 관한 옴니버스적 설정은 작품의 구체적인 설치 형태로 드러난다.

김두원 행복이 가득한 집 – 지하문 나무 , 철, 모터, 싸이키 조명, 감지센서 124x203x54cm_2017

김지훈 (Kim Ji Hun)

‘비록 헤아릴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부터 포위당한 일상일지라도, 이 또한 오늘의 일부다.’ ‘예측 불가능한, 보장되지 않는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살고 있단 증거다.’

네거티브적 소재와 직설적 표현을 통해 인간의 진정한 삶의 의미에 접근하고자 한다. 그림을 통해 말하는 ‘생존’이란 자칫 너무 포괄적으로 이해될 우려가 있지만, 회화적 표현에 입각한 연작을 통해 그 의미를 분명히 할 것이다. 이번 연작에서 주로 등장하는 소재들은 대체로 공간보다는 <사건의 흐름>에 관한 것들이다. 역동적인 상황을 포착한 독립적인 한 화면, 인물의 시점을 기반으로 불필요한 요소가 자체검열된 대상과 그것을 둘러싼 배경과의 팽팽한 이분법적 화면구성은 표면에 발라진 물감의 감각 자체를 부각시킴으로써 이 모두가 ‘읽는 그림’이 아닌 ‘보는 그림’이 되도록 한다.

김지훈_Fearism #001~003_Mixed media_30x30cm_2018

L) Instinct 001_Mixed media_70x70cm / C) Monolog_Mixed media_70x70cm / R) Unfinished Painting 008_Mixed media_30x30cm

L) 김지훈_The Silent_Mixed media_116.8×80.3cm / R) Fearism #004_Mixed media_30x30cm

이규환 (Lee Kyu Hwan)

나는 사라짐이란 단어에 끌린다. 사라짐에는 죽음이 연상되며 어린 시절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면, 그 자리의 공백은 무엇으로 채워지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죽음과 사라짐, 현재와 과거 그 사이의 미래엔 무엇이 남는가에 대하여 흥미를 가진다. 존재의 사라짐, 사라지며 생긴 텅 빈 공간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교차하며 제로가 아닌 플러스가 되는 것. 구멍 뚫린 마음은 비어 버린 공간이지만 무엇으로 가득 차 있기에 견딜 수 없는 것일까?

이규환 L) 우리는 사실 아무것도 알지 못 한다_초음파세척기, 알루미늄가루, 물펌프 39.5×20.6×21.9cm_2018 / R) twitter_영수증프린터 영수증용지 태블릿pc 가변설치_2016

 
김유진 (Kim Yu Jin)

경험한 것, 그 모두는 사실인가? 감각은 신체에게로 서사와 이미지들을 겹쳐나간다. 원본, 기억하는 것, 덧붙여진 것은 이제는 불가능한 구별이다. 이미 휘발되어버린 것들에 뒤따르는 나의 재현은 그런 의미에서 진실과 허구를 혼용한다. 유기적 이미지들은 현실에 명확히 대응되지 않는다. 이미지들은 단지 “–와 같거나”, “마치 –인 것 같은” 수준에 머무른다. 위와 같은 생물 연구에 기반한 형태들에는 우리가 본 적 있는 것들과 본 적 없는 것들이 혼재돼 있다. 도리어 익숙함이야말로 극심한 낯설음을 불러일으킨다.

Imitation game,_벽면 혼합 드로잉_가변설치_2018

Imitation game – Cumulate#2_etching_50x70cm_2017

박선용 (Park Sun)

DOS와 Windows로 대표되는 컴퓨터 운영체제는 사용자들이 프로그램의 작동 원리를 점점 더 파악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사용자들은 그저 컴퓨터를 다룰 수 있을 뿐, 오류에 대해 어떻게 기술적으로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I,OS는 간단한 운영체제 시뮬레이터로,‘알지 못하는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형상화한다. 가상 운영체제는 사용자의 이름을 제멋대로 지어 부르며, 마우스 커서를 흔들어버리거나 때때로 의도적인 블루스크린을 띄움으로써 사용자에게 기술적 공포를 선사한다.

아이,오에스 I,OS_GameMaker Studio로 프로그래밍_가변설치_2018 _음악 : 이성이 (Seongyi Yi)

박철호 (Park Chul Ho)

죽음은 오로지 죽은 이들에게만 열려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무차별적인 것, 그러나 공평한 것일 수밖에 없는 죽음은 3년 전 나의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생각들로 나를 이끌고 들어 간다. 신과 무관한 삶을 살던 한 인간은 그 삶의 마지막 공포, 죽음 앞에 선다. 몇 가지 절차 이후, 그 마지막 숨은 무신론자의 것이 아닌 채로 마무리 된다.

상여_혼합매체_가변설치_2018

상여_혼합매체_가변설치_2018

Gaze at_Iron welding_130x60x80cm_2018
이영훈 (Lee Yeong Hun)

대수롭지 않던 일상공간으로부터 무시할 수 없는 시선 하나를 느낀다. 이 시선은 실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떠한 심리적 배경에서, 그것은 불현듯 생겨난다. 혹자는 이러한 응시를 떨쳐버리기를 포기할지도 모른다. 그때, 없는 것에 대한 무지적 인식과 함께 자발적인 공포가 묘사된다.

Gaze at_Iron welding_130x60x80cm_2018

정보경 (Jung Bo Kyung)

하나의 사물에 뒤따르는 다양한 해석들은 상상과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때때로 어떤 해석들은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작업명 <다른 해석_수수께끼>방에서는 중앙에 놓인 토끼(오브제)를 기준으로 180도 면을 다섯 분할로 나눈, 홀로그램으로 기록된 토끼가 허구적 공간 속에 일종의 의문점과 함께 갇혀 있다. 관객은 이 수수께끼를 풀어야만 한다. 물리적 공간에 갇혀있던 토끼가 허상의 공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방법은 대체 무엇이었나?

다른 해석-수수께끼 방_Reflection Hologram_20×30cm (5EA)_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