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집에 왜 왔니
WHITEHOLE
[김수미 이은정 조음사 하진]
2023.10.20~11.18
주최 : 공간투
기획 : 웍밴드
디자인 : 조병희
나는 당신의 집에 오지 않았습니다
이인복 (디스쿼터&웍밴드)
집이다. 초대를 받고 경계를 넘어 들어가는데, 이 파(Fa)씨 가족의 집은 내가 알던 집과 다르다. 낯설고, 심지어 불편하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군가의 집에 간다는 건 한 사람의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편입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인의 허락을 구하고, 초대에 감사해하며 예의 바르게 집안으로의 생태를 탐험해야 한다. 그런데 초대 받은 이 집은 주인이 있지만 주인이 없다. 경계는 있지만 경계가 없으며. 초대가 있지만 형식이 없고, 내용이 있지만 그 의미가 어지럽다.
불편한 건 파씨 가족도 마찬가지인지 우리 집에 왜 왔냐는 질문이 자못 공격적으로 들린다. 바닥에 깔린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가 집 안에 울린다. 집 안에서. 울려서는 안 되는 소리가 울리는 것이 지금 내가 집 안인지 아니면 여전히 집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입장의 허가를 갈구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집의 주인인 파씨댁은 모든 게 애매모호한 회색지대이다. 안과 밖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나아가 전시된 작업의 실체도, 그 작업의 주체도 불분명하다.집은 분명한 경계를 주장한다. 안과 밖. 밖에서 안으로 경계를 넘어 들어오는 순간 세상의 단위는 개인적인 단위로 변한다.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공간이다. 개인의 혹은 가족 단위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개인의 생각과 신념들이 공간 안에서 보호 받으며 자신만의 독자성을 유지하는 곳이 집이다. 이런 집에 누군가 온다는 것은 그 대상에 따라 집의 의미가 변하게 만든다. 환영받은 존재, 피치 못할 존재, 그리고 내가 거부했던 존재들. 외부의 존재들로 집이 하나둘씩 채워지는 순간 그 공간의 주체성은 점점 퇴색되고 그 누구의 것도 아닌 회색지대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이 회색지대는 누구의 집인가? 파씨 가족? 그럼 파씨댁에 한 걸음 들어서 보자.
내부의 물건과 외부의 대상들이 어지럽게 공간을 차지한다. 내부에 당연히 존재하는 것들은 예술가인 가족 구성원들 개개인만의 것이다. 생활 습관이 배어있는 물건들, 삶의 결이 칠해진 소품들, 개인적이면서 지극히 일상적인 내용의 대화들. 보이고 싶지 않은 동시에 누군가 봐주길 바라는 작품들. 집 안에 지속적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소리. 다행스럽게도 이미 집 안을 채우고 있는 사물들과 관념들은 자리한 구석에서 존재성을 내세우며 공간지배력을 행사하고자 한다. 허나 공간에 대한 파씨 가족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다양한 오브제들은 공간에 침투하는 무언가에 지속적으로 대항하는 듯하지만, 여지없이 회색의 소요 지대에 녹아든다. 안이기도 하고 밖이기도 한, 애매모호한 회색지대. 저항하거나 받아들이거나 이 같은 저항과 교섭이 반복되면서 우리 집은 본래 가지고 있던 색채가 외부의 색과 섞이면 점차 무채색이 되어간다.
이 전시에서의 우리 집은 결국 개인의 주관적인 내면이다.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 존재하는 곳.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들로 형성하고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 보관하는 곳. 이 같은 내면의 공간에 내가 원치 않는 개념, 생각들이 개념을 넘어온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결국 보호받지 못한 내면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가 만들어지거나 혹은 자신의 내면조차 파괴되어 그 의미가 퇴색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 회색의 집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예술가로 살기 위한 방식들에 대한 고민은 이 작은 집을 채운 다양한 오브제와 설치 속에 담겨있다. 김수미, 이은정, 조음사, 하진 각각의 작가들은 파씨 가족을 구성하는 가운데 누가 부모이고 자식인지 따위는 정해지지 않는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각각 파랑, 파시라, 파무치, 파도로 분한 작가들, 그들이 공간을 유지하는 방식, 경계를 넘어온 유무형의 것들을 마주하는 방식이다. 경계선 안에서 가족들이 어떻게 휘어지고 간섭하는지, 그 외부의 것을 어떻게 대하는지. 이번 초대는 이 파씨 가족들이 경계를 지우고 회색의 우리 집에서 개인으로서, 또 예술가로서 사회와의 연결과 상호작용을 기록한 내용이 될 것이다.자신의 가치를 만들어 보관하는 곳.
2023.10.20 ~ 11.18
공간투
2023 영등포네트워크예술제 참여 전시
주최 : 공간투
주관 : 웍밴드
기획 : 화이트홀 (WHITEHOLE)
디자인 : 조병희
영상 : 김수미
사운드 : 조음사
편집 : 조병희
참여작가 : 김수미, 이은정, 조음사, 하진
전시 보조 : 김은지
후원:영등포구, 영등포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
공간투
2023 영등포네트워크예술제 참여 전시
주최 : 공간투
주관 : 웍밴드
기획 : 화이트홀 (WHITEHOLE)
디자인 : 조병희
영상 : 김수미
사운드 : 조음사
편집 : 조병희
참여작가 : 김수미, 이은정, 조음사, 하진
전시 보조 : 김은지
후원:영등포구, 영등포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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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G
우리는 사회문제에 대해 예술로 사유하고 말을 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간]투’는 창작의 과정을 돕는 매개체로서의 공간입니다. We believe that we can think and talk about social issues through art. ‘Art Space GONG-gan TOU’ is a space as a medium to help the creative proc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