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록
전시장은 작가들의 디스플레이적 교환의 차원을 넘어 개인의 작업적 서사를 공유하기에 마땅한 공간인가? 작업의 매체적 특성을 전시장으로 이동했을때, 가령 그림이라는 매체가 전시장이라는 특정 공간에 존재하게 되어 서사가 작동하게 되면, 전시장은 불가피하게도 매체를 보좌하는 역할에만 머물게 되는 경우가 다반수이다. 그렇다면 전시장이라는 공간의 빛은 매체를 비추기 위한 빛인 것일까. 전시장의 공간적 태생을 인지하고 그 공간에 매체가 들어설때 작가가 그 둘의 관계에 상호교환적 관계를 발현시킬 수단과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내 추상적 인지에 따르면 전시공간에 일어나는 작용과 현상을 긴밀하게 포착하여 빛과 디스플레이적 환경을 공간과 매체가 서로를 조율하게끔 조절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박소희
그림이 가지는 모듈은, 빛과 어둠, 특정공간의 인위적인 장소성, 생경하고 낮선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이미지의 투사체 등이 있다. 단순히 그림이라는 매체의 힘으로 밀고나가는 것이 아닌, 그림이 존재하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사적인 개인성을 소환하려는 에너지가 또 다른 모드의 문을 여는 것이다. 관객은 그 문을 바라봄과 동시에 스스로 열고 들어갈 수 있으며 체험적 인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관객에게 익숙한 자신의 내면 속 내밀함은 어느새 익숙하지 않은 하나의 방이 된다. 그 경험은 추상적이고 내면화된 것이며 개인의 삶과 영역에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장소, 시간, 그림의 빛과 어둠이 만들어내는 모듈화를 통해 낮선 이미지들은 지속적으로 불려지고 소환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