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조건들 : [돌을 던지는 방법]을 위한 리서치

11.16(토)-11.22(금)
13:00-19:00 (월 휴관)

리서처: 김기영, 김해민, 임동식, 조선아
드라마투르기: 두두
공간: 정김소리, 김고은
영상: 이영균
그래픽디자인: 정김소리
작곡/편집: 이미리
감사한 분들: 정수진, 김동원
기획: 연희집단 갱
후원: 서울문화재단
문의: 010-4185-1342 / moon_kgy@naver.com
SNS: @project.gaeng

전통예술계의 종사자라면 누구나 이 장르가 지니고 있는 특수한 불안이 무엇인지, 어디엔가 정체되고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곧장 이해할 것이다. 우리를 무겁게 하는 이름은 ‘전통’ 그 자체다. 무언가를 보존하면서도 계승해야 한다는 전통의 모순적인 사명은 예술가이고자 하는 우리의 발목을 잡아끈다. 우리는 ‘전통에 원형이 있다’는 믿음을 비판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원형이라 믿어지는 전통은 동시대의 필요에 의해 ‘편집된 전통’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 연희자들은 편집된 전통을 원형이라 믿고 재생산하는 ‘갇힌 몸’일 뿐이다. ‘돌을 던지는 행위는 어떻게 신화화되는가.’ 우리의 리서치는 이렇게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갇힌 몸’이 무엇인가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리서치의 방향을 크게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형태도 갇힌 몸으로 특정할 수가 없었다. 전통예술계의 모든 몸은 변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전통이 매 순간 편집되어 온 것이라면, 당연히 갇힌 몸도 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매 순간 변화해온 전통은 그 자체로 동시대적인가. 그래서 전통예술의 변천사는 장르의 독특한 발전 경로일 뿐인가. 도대체가 이런 생물학적/진화론적 은유는 다시 한번 전통에 원형이 있다는 믿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우리는 최초에 느꼈던 불편함과 가설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전통에 실체가 있다는 여하한 입장으로부터 거리를 둘 것: 전통은 특정한 내용(또는 내용의 변천사)이(가) 아니다. 몸은 결과적으로 갇히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가둬야 한다는(가둘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로서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전통의 현존성은 이와 같은 믿음 체계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보았을 때 또 하나의 문제가 남는다. 전통을 엄밀히 이데올로기로서 파악한다면, 전통예술 또한 정치적/사회적 관계의 단순한 부산물로 봐야 하는가. 그러므로 전통예술은 진작에 죽었고, 앞으로도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선언해야만 하는가. 우리는 전통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수행된 것들의 변화를 한편으로 아주 필연적인 것이었다고(계급모순만이 진실이라는 입장에서), 다른 한편으로 아주 우연적인 것이었다고(전통예술의 고유한 경로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말해야 하는가. 이 두 극단적인 입장은 필연적으로 동시대 전통예술의 특수성이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는 이 리서치를 무효로 만들지 않기 위해 다음과 같은 두 번째 원칙을 세워야 했다.

“전통예술의 변화들은 단순한 부산물도 아니고, 아무 의미 없는 현상도 아니다. 그것들을 단일한 인과관계로 파악하지 말 것. 사회적 진실과 문화적 기만이라는 대립구도로 환원하지 말 것. 우연적인 현상으로 퉁치지 말 것.”

그러므로 우리가 각각의 장 [유령-전통], [장르-전통], [오부리-전통], [컨템포러리-전통], [재현-전통]에서 제시하는 사례들은 동시대 전통의 그저 다양한 현상들이거나, 단순히 다채로운 면모들이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완전히 우연적인 현상들은 ‘동시대 전통’이라 할 수 없다. 우리는 각 장을 동시대 전통을 구성하는 ‘조건들’로서 제시한다. 공시적으로 존재하는 각각의 조건들은 나름의 고유한 시간성과 원리를 지니고 있다. 각각의 사례는 해당 조건의 원리가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범례적 현상이다. 물론 하나의 현상에는 복수의 조건들이 다양한 비율과 관계로 결합할 것이다. 이 복수의 조건들의 결합관계는 전통예술에 상대적인 자율성을 부여하며, 전통을 동시대로서 파악하게 한다. 이제야 우리는 ‘전통이 죽었는가, 살았는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의 관념성에서 벗어나, 전통예술에 대한 타당한 비판을, 그러므로 동시에 그것의 실천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

이쯤에서 푸코의 계보학 방법론이 리서치의 방향을 조정하는 중요한 참조점이 되었음을 밝혀두어야겠다. 그러나 이론적인 모델이야 어찌 됐든, 우리의 리서치가 각 단계를 밟아나가도록 이끈 것은 무엇보다 전통연희자로서 우리의 정체성과 경험이었다. 그러므로 다음의 이 원칙이 리서치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제1 원칙이었음을 밝힌다.

“우리는 동시대 전통 연희자다. 감각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몸이 겪은 기억들을 충실하게 길어 올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