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란생활

2022.06.20 ~ 2022.06.26
김동준, 김남헌, 김은지, 오준교, 윤우진, 황웅태
주최 : 공간투
기획 : 이은정
디자인 : 조병희
착란 생활

‘착란 생활’은 허상이라는 은유의 외연을 더듬는다. 가짜뉴스와 블록체인의 시대에 진짜와 가짜의 위계는 뒤섞이고 세분된다. 실체를 숨기는 듯한 허상의 감각은 그 자체로 불신의 대 상이 됐는데, 가짜라는 수식과 관련된 상이한 정보들이 충분한 해상도를 획득한 결과다. 이 를 비약해 허상의 경제라는 표현이 가능하다면, 그러한 혼란 속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주체 의 역량은 재차 중요해진다. <착란 생활> 속 각각의 참여자들은 진위를 둘러싼 착란의 와 중에도 중심을 잡기 위한 각자의 방식을 시연한다. 세부를 살펴보자.

김남헌. 석상과 경전의 형태로 이어진 싯다르타의 가르침에 따라, 신자들은 열반에 들기 위 해 자기 삶을 돌아보는 과정을 밟았다. 이러한 의식의 연장으로 김남헌의 작업에서 인플루 언서는 동시대의 싯다르타로 은유 되는데, 복수로 존재하는 그들은 자신의 일상을 중계하며 SNS 특정적인 삶의 양식을 보급한다. 김남헌은 이미지 경제에 최적화된 싯다르타와 그들의 신자들을 주인공 삼아 레디메이드 된 믿음의 형식을 서사화한다.

김동준. 디지털 시대의 인간은 가상과 물질의 경계에 애매하게 위치한다. 김동준은 이미지를 인식하는 행위 일체에 의구심을 품게 됐는데, 그 결과 진짜와 가짜의 판별은 그에게 주요한 화두가 된다. 그는 모노크롬의 형식으로 색상 정보를 제한하고 대상을 확대하는 등, 구상에 서 추상으로 전환되는 국면을 모색한다. 그에 따르면 왜곡과 묘사를 왕복하는 과정은 만나 지 못한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김은지. 주관과 해석의 포화라는 인터넷 문화는 잡다한 사안들을 논쟁적인 주제로 각색한다. 이때 김은지는 주관과 진실 사이에서 파생된 다양한 믿음을 살핀다. 상이한 주관을 참으로 포장하는 수용자의 태도는 김은지의 작업에서 퍼즐의 형식으로 유비된다. 참이라 간주한 조 각들을 모아 자신만의 상을 만들고 그렇게 조립된 결과가 사실에 근접한다는 믿음. 이는 믿 음이 사랑스러운 이유이자 혐오스러운 이유로 김은지의 작업을 관통한다.

오준교. 감각은 세상과 육체의 접면에서 탄생한다. 오준교는 감각이 재차 외적 요인과 뒤섞 이며 새로운 감각을 파생한다고 믿는데 그는 이를 육감이라 부른다. 그에게 육감이란 개인 적이고 추상적인 허상의 감각이자, 대상의 본질을 통찰할 수 있는 직관이다. 오준교는 <6 to 5 Series>를 통해 이러한 육감의 생성 과정을 복기한 후, 감각의 변증법으로서의 육감을 시각화한다.

윤우진. 윤우진은 허상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행복이라는 관념을 복기한다. 그에 따르면 행복 에 대한 욕망은 충족 여부에 따라 결핍과 권태를 낳는다. 하지만 행복의 청사진이란 현재에 대한 결핍과 미래에 대한 낙관에 근거하는 법. 윤우진은 낙관적 허상과 남루한 현실을 청사 진의 조건으로 설정하여 대량 생산된 행복의 형태와 이면의 양가성을 살핀다.

황웅태. 황웅태는 3D 스캔, 3D 프린팅, 실리콘 캐스팅 등 비회화적 장치로 제작된 회화가 회화를 능가하는 미래를 망상한다. 암울한 미래를 적으로 상정한 섀도복싱이 실전적인 훈련 으로 귀결되기를 희망한다. 끝으로 입체적인 작업을 권유하셨던 교수님들의 기대에 부응하 고자 벽화를 제작한다.

– 글 : 황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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