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기둥 - 이은정

시간의 기둥
The Pillars of Time
이은정 개인전
2025.3.15~3.28
벽이 기둥이 되다. 벽은 건축의 피부와 같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거주자를 보호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위에 거주자들의 흔적이 남는다. 나는 이러한 벽의 흔적을 불투명한 트레싱지를 덮고 프로타주 기법을 활용해 떠낸다. 그렇게 떠낸 다양한 벽의 흔적들은 하나의 기둥이 되어 새로운 공간 속에 자리한다.

오랜 시간 견뎌온 단단한 벽은 이제 쉽게 찢어지는 종이 기둥으로 변형되어 공간의 바닥에 서고, 천장을 받친다. 건축물의 벽과 기둥은 재개발이라는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허물어지고 새롭게 세워지기를 반복한다. 벽에서 기둥으로 변화한 이 구조물들은 더 이상 원래의 역할을 하지 않지만, 새로운 공간에서 또 다른 기능과 의미를 갖는다. 그렇게 형성된 여러 개의 기둥은 현재의 공간을 지탱하며, 우리를 보호하던 벽의 흔적이자 상징이 된다.

힘없이 서 있는 듯한 종이 기둥 위에는 시간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이는 과거의 기억이자 우리와 함께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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