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SOME NOISE


MAKE SOME NOISE
2021.7.16-31 pm.1-7
김다원 도듀이 박소연 이승주 임동현 조성훈

주최 : 인디아트홀 공
기획 : 웍밴드, 이은정, 조병희
큐레이팅 : 이은정
자문 : 하진
디자인, 편집 : 조병희
사운드 : 조음사
홍보 : 박준식
전시보조 : 노태호, 이해현, 정재몽
협력 : AP-QQQ

 
예술에서 공포는 상상과 현실 사이, 그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가장 해가 없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현실의 부조리, 모순을 관객들에게 질문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디아트홀 공의 공포전은 공포를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무지, 편견과 고정관념에 저항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21년 공포전의 주제는 ‘폭력’이다. 폭력은 물리적 강제성을 뜻하지만, 언어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등… 어떤 형태에 갖다 붙여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현대 사회에 만연해 있다.

과거의 폭력은 물리적 만남을 통해 이루어졌다면 현재의 폭력은 비대면 상태에서 때로는 자각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다양한 이유와 정당성을 가지고 작은 돌 한 개를 던지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다. 우리는 익명이란 이름으로 은폐된 곳에 안전하게 숨어 자유롭게 폭력 놀이를 하는 것은 아닐까?

2021년 공포전은 ‘폭력’을 주제로 삼아 작업하고 있는 작가 6명을 공모를 통해 선정하였으며, 작가들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폭력에 대해 섬세한 시각으로 표현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MAKE SOME NOISE soundscape – JOUMSA
김다원_(u)Epilogue/(D)Daily Timeline
이승주_게워진 풍경/웃는 방법/어떤 농담
박소연_돌림노래_캔버스, 실크샤에 유채_90.9x65.1cm_2021
폭력에 닳아 버린 둥그런 노동

폭력은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을 관통하고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가지 형태와 수준으로 폭력은 발현하고 있지만, 폭력에 대한 인식은 직접적인 것, 강제적인 것, 물리적인 것에만 한정되어 있다.

공포 영화의 끝이 안도라면, 조금씩 스며들어 둔감하게 만드는 일상의 폭력은 생활에 밀착되어 반복된다는 점에서 더 무섭다. 수없이 반복된 폭력의 침투는 파도에 닳아 버린 몽돌처럼 인간다운 예민함을 침식시킨다.

경제적 관계에 따른 폭력은 강제적이고 직접적이지 않다. 도리어 자발성의 외양을 띄어 이면의 강제성을 감춘다. 나는 힘센 이들의 주먹과 총, 군홧발, 보복이 무서워 찍소리도 못 내던 것이 아니라, 식비와 월세, 교육비가 끊기는 두려움에 스스로 복종하는 관계를 표현하고자 한다. 이 자발적 복종을 이끄는 경제적 관계에 의한 폭력은 아픔과 상처를 표출하지 않으며, 무감각하게 길들고 둔감해지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다른 폭력과 다르다.

비대면의 코로나 시대에 대면 노동에 참여해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자발적인 듯 보인다. 모두가 마스크와 자신의 공간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상황에도 타인과 대면해야 한다는 것의 본질에는 경제적 강제성이 있다. 대면적 필수 노동 중에서 노인과 환자에 대한 돌봄 서비스에 참여하는 요양보호사들은 각자가 이용자의 공간에 찾아가 노동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분산적이고 개별적이기에 숨죽여 있다.

약자에 대한 돌봄 노동은 사회적 필요노동이며 사회보험제도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지만, 개별적이고 분산적이다. 공공기관은 행정적 집행만을 수행할 뿐 실질적인 운영과정은 이용자의 성향에 모든 노동과정이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겪는 폭력은 제도의 맹점이 만든 것으로, 약자가 자행한다.

요양보호사들의 노동과정은 사회보험제도에 따른 것이다. 노인 장기요양제도나 가사 간병 지원제도에 따라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신체활동 및 일상생활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상층은 치매, 중풍, 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거나 저소득층 등 약자들이다. 이들이 약자의 일상생활을 돕는 과정은 이용자인 약자의 성향에 따라 노동강도가 결정되는 일방적 과정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약자가 다른 약자를 이용하는 과정은 인간다움과 존엄을 포기하게 하는 폭력의 과정일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나는 돌봄 노동자의 인터뷰를(총 9명) 했다. 정부는 요양보호사의 노동에 대해 “국가 자격증을 취득한 나라가 인정한 전문가”라며 광고한다. 마치 70~80년대 노동자를 수출역군이라며 호칭만 치켜세울 뿐,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착취하도록 지원하던 것처럼….. 자기 일에 대해 자긍심이 있다고 주문을 외어도 이용자와 요양보호사의 관계에 대한 공공기관의 소극적 개입으로 돌봄 노동의 자긍심은 현실의 노동과정에 닳아 버린 무감각의 다른 표현일 뿐이었다. 돌봄 노동자들이 이용자의 무리한 요구 (근로시간 외 노동, 서비스 대상 가족의 추가 서비스 요구, 과도한 심부름) 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노동과정의 대면적 특성으로 인해 일방적 희생을 감수하고 있으며, 이런 감수가 계속되면서 부당한 요구를 무감각하게 수용하면서 자신 역시도 이용자의 건강상태를 닮아 가고 있다.

공공기관은 돌봄 서비스의 대가를 지급하지만, 현실의 과정은 이용자에 제공하는 서비스에 따라 요양보호사가 대가를 받는 것처럼 보인다. 약자 간의 갈등 관계는 사회보험제도의 문제로부터 파생되지만, 그 이면에는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필요를 앞세워 경제적 약자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고 있을 뿐 그 개선에 대해서는 당사자 간의 해결에만 맡기고 있기 때문에 참혹하고 공포스럽다.

나의 역할은 낮은 가치평가를 받아왔던 것들이 흔적을 남기는 과정을 돕는 것이다.

보리스 그로이(Boris Groys)가 주장하는 새로움은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지던 사소한 것, 낮은 것의 가치절상으로 가치 위계를 전도하는 것이다. 나는 공공기관의 방임 속에 약자의 폭력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전시회에 기록되고 또 누군가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나와 누군가를 독촉한다.

나의 독촉으로 무엇인가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리고 조금의 개선을 이룰 수 있다면 나의 독촉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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